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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의 첫날밤

황령 2014. 6. 15. 15:36

 

 


    김삿갓의 첫날밤 방랑시인으로 유명한 김삿갓은 그의 삶만큼이나 특별한 첫날밤을 보냈다고 한다. 함경도 단청 하늘에 많은 별들이 수를 놓을 즈음 신랑 김삿갓은 신부와
    운무지정의 즐거움을 맛보았다. 김삿갓이 이불 속에 누웠다가 일어나더니 불을 켜고 벼루에 묵을 갈았다. 그리고는 붓을 들어 종이에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毛深內闊 必過他人(털이 깊고 속이 넒으니 반드시 다른 사람이 지나갔도다) 신부가 이불 속에서 누운 채로 신랑의 글쓰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다가
    그와 눈이 마주치자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졌다.
    이번에는 신부가 이불로 몸을 감싸고 일어나 종이에 적힌 글을 읽고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이불 밖으로 백옥 같이 하얀 팔을 내놓고
    붓을 들어 글을 써내려갔다. 後園黃栗非蜂開 (후원의 익은 밤은 벌이 아니라도 저절로 벌어지며) 溪邊楊柳不雨長 (시냇가의 버들은 비가 오지 않아도 저절로 자란다) 이 글을 본 신랑 김삿갓은 흥이 나서 다시 신부를 끌어안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egk